
커피보다 강력한 각성 효과를 지녔음에도 600년 넘게 동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만 소비되어 온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까트'입니다. 왜 까트는 전 세계로 퍼지지 못했고, 또 퍼져서는 안 되는 걸까요?
까트와 카티논: 열화 암페타민의 정체
까트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를 원산지로 하는 식물로, 커피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닌 각성제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짜트', 소말리아에서는 '자드', 예멘에서는 '카트'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별다른 가공 없이 어린 이파리를 생으로 씹기만 하면 각성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00~200g 정도를 입에 물고 천천히 빨아먹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한편,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살짝 좋아지며 배고픔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 효과의 핵심은 이파리 속에 함유된 카티논이라는 성분입니다. 카티논은 암페타민과 유사한 화학 구조를 지니며,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암페타민은 우울증이나 ADHD 치료에 쓰이는 향정신성 물질로,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까트는 이 암페타민의 열화판을 아무런 의학적 진단도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하루 종일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예멘의 경우 남성의 약 90%, 여성의 약 25%가 매일 카트를 씹을 정도이며, 에티오피아 역시 남성의 60~70%가 일상적으로 까트를 소비합니다. 결혼식 같은 잔칫날은 물론, 업무 회의나 정치인들의 회담 자리에서도 까트는 빠지지 않습니다. 사실상 사회생활 자체가 까트 없이는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까트를 단순한 기호식품으로 보는 옹호론자들은 "그냥 담배나 커피와 다를 게 없다", "영국인의 티타임과 비슷한 문화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까트는 마약류로 분류됩니다. 독성이나 의존도가 술이나 담배보다 낮아 마약류 중에서는 최약체에 속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바로 그 애매한 중독성이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마약이 아니라 기호식품으로 인식되어 법적 금지 대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기한이 가른 운명: 까트가 세계화되지 못한 이유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해 예멘, 오스만 제국,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진 반면, 같은 고향 출신인 까트는 왜 지역구 강자에 머물렀을까요? 기후나 토양의 문제가 아닙니다. 까트는 커피와 비슷하게 연중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열대 고지대라면 비교적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랍니다. 이론적으로는 커피가 아프리카를 넘어 동남아시아와 남미 고원지대까지 퍼진 것처럼 까트도 충분히 세계화될 수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유통기한입니다. 수확한 지 불과 이틀만 지나도 까트의 약효는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각성 효과의 핵심 성분인 카티논이 카틴이라는 성분으로 빠르게 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커피콩은 수확 후 로스팅을 거쳐 몇 달씩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지만, 까트는 수확 직후 거의 바로 소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고대부터 까트는 멀리까지 전파되지 못했고, 오늘날까지 지역 한정 소비재로 남게 된 것입니다.
현대에는 비닐 포장과 냉장 보관 기술이 발달해 과거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장거리 수출을 위해서는 결국 항공 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도상 바로 이웃한 에티오피아와 소말릴란드 사이의 교역도 비행기로 이루어질 정도입니다. 유럽이나 아시아, 아메리카까지 운송하려면 항공 운임이 상품 가치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까트 밀수업자들이 단속반보다 비행기 연착을 더 두려워한다는 말은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통찰입니다. 까트의 세계화를 막은 것은 기후도, 토양도, 국제 사회의 단속 의지도 아닌 순전히 식물 자체의 생화학적 특성, 즉 카티논의 빠른 분해였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유통기한이 작물의 운명을 갈랐다'는 이 역설이야말로 이 주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입니다. 정치도, 도덕도, 법도 아닌 분자 구조가 수백 년의 역사적 확산 경로를 결정지은 셈입니다.
아프리카 밖에서 까트를 재배했던 사례로는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에 관광차 방문한 아랍인들을 겨냥해 소규모로 재배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1급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이는 까트의 세계화 시도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 밀수와 구조적 맥락: 까트가 남긴 사회적 과제
까트 문제를 다룰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은, 까트를 소비하는 사회의 빈곤과 혼란을 까트의 중독성 탓으로만 돌리는 단순화입니다. 예멘 내전 중에도 교전 병사들이 오후 2시면 싸움을 멈추고 카트 타임을 갖는다거나, 카트 때문에 노동 의욕이 상실된다는 서술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농민들이 식량 작물 대신 까트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나태함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가 붕괴한 상황에서 동일 면적당 수익이 다른 작물의 세 배를 넘는 유일한 현금 작물이기 때문이라는 구조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까트는 커피 다음 가는 두 번째 수출 작물로, 소말리아와의 외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21년 기준 연간 4억 달러(한화 약 5,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난 15년간 재배 면적은 160%, 수확량은 246% 증가했습니다. 예멘에서는 까트 판매액이 GDP의 약 6%, 농업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 인구 7명 중 1명이 까트 재배 및 유통에 종사합니다. 지부티와 소말릴란드의 경우 가계 소득과 GDP의 절반 가까이를 까트 구입에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까트는 수확 직전 물을 많이 줄수록 상품성이 높아지는데, 물 부족으로 유명한 사막지대인 예멘에서는 전체 관개용수의 3분의 1 이상을 까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량 작물 재배지가 줄어들면서 정작 먹을거리는 해외 원조나 수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까트의 휘발성 역시 이 악순환을 심화시킵니다. 빠른 약효 소멸로 인해 현물 재고를 쌓아 둘 수 없는 구조이므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농민들은 휴경도 이모작도 없이 1년 내내 까트만 재배해야 합니다.
이제 이 문제는 아프리카의 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 까트를 복용하다 발각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한국 내 유통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고, 평생의 습관을 끊지 못해 개인적으로 소비한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인천 공항 세관에서 적발된 밀수 까트만 3.6톤에 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밀수품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국 세관이 워낙 꼼꼼하게 화물을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국을 경유하면 미국 입국 시 검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아프리카계와 아랍계 이주민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까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대응을 함께 높여 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 상대주의는 소중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마약류 문제에까지 무비판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글의 핵심은 까트라는 식물이 세계화되지 못한 이유가 기후도 법도 아닌 카티논의 분해 속도였다는 생화학적 역설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적절히 지적했듯, 현지의 빈곤과 내전을 까트 탓으로만 단순화하는 시선보다 구조적 맥락을 함께 이해할 때 이 문제의 복잡성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까트는 단순한 마약이 아니라, 취약한 국가들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렌즈입니다.
[출처]
지식해적단 - 키드: https://www.youtube.com/watch?v=AMt1I2cCFnU